건축설계 진행과정, 그리고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의 중요성에 대해
건축설계 진행과정, 그리고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의 중요성에 대해
건축이라는 분야는 단순히 공간을 설계하는 것을 넘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 속에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건축설계의 전반적인 절차와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단계에서의 핵심 요소들을 경험에 기반해 설명드리려 합니다. 실제 프로젝트를 다뤄본 입장에서 겪은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함께 담아 보았습니다.
건축설계란 단순한 도면 작성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건축설계라고 하면 '도면을 그리는 일'로 간단히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기획, 법규 검토, 설계 전략 수립, 그리고 다양한 인허가 절차까지 포함된 복합적인 일련의 과정입니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 사용자의 니즈와 부지 조건을 반영하여 건축물의 방향성을 설정한 뒤, 점차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는 진행됩니다.
이렇게 설계 작업은 단순히 공간을 계획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건축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일입니다. 특히, 설계 초기부터 건축법규, 용적률, 건폐율, 인접 대지와의 관계, 조망과 일조권 등 현실적인 제약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하죠.
설계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 전체적인 흐름
건축설계의 흐름은 보통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분됩니다.
- 기획 및 타당성 조사
- 부지 조건 분석
- 관련 법규 검토
- 건축물의 용도 및 규모 설정
- 기본설계 단계
- 공간 구성 및 형태 구상
- 주요 동선 및 기능 배치
- 주요 구조 시스템 설정
- 대략적인 공사비 산정
- 실시설계 과정
- 구체적인 마감재, 자재, 설비 계획
- 시공 도면 및 상세도 작성
- 구조 및 전기·기계설비 계획과 통합
- 인허가 및 착공 준비
- 관할 관청에 관련 서류 제출
- 심의 및 허가 획득
- 시공사와 협의하여 착공
각 단계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기본설계에서 명확한 방향이 잡혀야 이후 세부 설계가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본설계가 중요한 이유
기본설계는 단순히 건물의 외관을 결정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공간의 효율성과 구조의 안정성, 나아가 사용자의 편의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구상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적절한 전략 없이 단순히 외형만 추구하게 되면, 후속 단계에서 수많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프로젝트에서 기본설계의 불명확함으로 인해 구조 변경이 발생하거나, 예산 초과 문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특히 상업용 건축물일 경우, 임대 효율성 확보라는 현실적인 요소를 이 시점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하죠.
기본설계는 말 그대로 ‘뼈대’를 잡는 과정입니다. 뼈대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으면, 이후 아무리 정교한 마감이 들어가도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실시설계의 정교함이 품질을 좌우한다
실시설계는 기본설계를 기반으로 하여 모든 요소를 구체화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는 건축 자재의 사양, 설비의 배치, 시공 방법 등을 명확히 정의하며, 도면의 양도 기본설계에 비해 수배 이상 많아집니다.
현장에서 이 도면이 시공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작은 오차도 공사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배선 도면 하나만 잘못되더라도 후속공정 전체가 지연될 수 있고, 이는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실시설계는 그 자체로 시공과 직결되는 작업이기에, 설계자의 경험과 꼼꼼함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실제 현장에서의 협업 경험이 많은 설계자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이를 도면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실무자의 시선에서 본 설계 과정의 현실
현장에서 설계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이상적인 계획과 실제 상황 간의 괴리를 많이 겪게 됩니다. 건축주는 늘 예산과 일정에 민감하고, 시공사는 공사 난이도와 효율을 고려하죠. 그 사이에서 설계자는 조율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기본설계 단계에서 건축주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실시설계 단계에서 계속 수정 요청이 들어오고 이는 프로젝트 전체 일정에 차질을 줍니다. 반대로, 경험 많은 설계자가 전체 프로세스를 리드하면 공사 현장에서의 혼선이 줄고, 시공 품질 역시 높아집니다.
마무리하며 – 설계는 ‘소통의 결과물’
건축설계는 단지 한 명의 디자이너가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를 구현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용자의 요구, 현장의 조건, 기술적 제약, 그리고 디자인의 미학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설계는 결국 수많은 대화와 선택의 축적입니다. 기본 구상을 얼마나 치밀하게 구성하느냐, 이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도면에 녹여내느냐에 따라 하나의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건축설계를 계획 중이라면, 각 단계를 가볍게 보지 마시고 모든 과정에 충분한 시간과 집중을 투자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경험 많은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지름길입니다.